#5 알프스의 산악도로 그림젤패스, 푸르카패스와 론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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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그린델발트 아이거노드반트캠핑장을 떠나 아펜첼로 떠나는 날이다.
오늘은 단순히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젤패스(Grimselpass)와 푸르카패스(Furkapass)를 지나야 한다.
그림젤, 푸르카패스는 여러 스위스패스중 수스텐패스(Sustenpass)와 함께 심한 헤드스핀과
아찔한 낭떨어지 길을 운전해야 하는 위험한 3대 산악 도로들이다.
더구나 이런 곳을 수동차량으로 지나야 하니 걱정이 된다.
처음에 오토차량을 예약하려다 사전결재 요금에는 7인승 오토차량이 없는데다
일반 오토차량 가격은 너무 비싸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수동으로 예약했다.
면허를 따고 몇년간 수동차량을 운전했고, 차량을 렌트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며칠간 운전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유럽에 오기 며칠전 사무실에 있는 수동차량을 몇번 운전해 보기도 했다)
막상 그 길을 지나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 것이다.
▲셀프주유 인증샷
아침부터 서둘렀다고 하는데도 캠핑장비를 접고 꾸리느라 10시가 다 되어 출발했다.
오늘은 270km이상을 이동해야 해서 인터라켄의 주유소에서 처음 주유도 했다.
유럽의 주유방식은 대부분 셀프주유방식으로 자신이 직접 디젤, 휘발류를 선택해서
원하는 만큼 주유하고 주유소에 딸린 마트나 사무실(대부분 마트와 같이 운영함)에 가서
직원에게 자신의 주유기 넘버를 불러 주면 금액이 표시되는데
이때 현금이나 카드로 계산하면 되는 방식이다.
나는 유럽여행중 세번을 주유하면서 모두 이런 방식의 주유소에서 주유했다.
이런 주유소 이외에 가끔 우리나라 처럼 사람이 주유해 주는 곳도 있고,
완전히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완전히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은
주유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기계조작 미숙, 기기의 불량 및 오작동으로
돈이 두번 청구되거나 현금을 떼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겠다.
▲날씨가 좋으니 기분이 좋다.
▲그림젤패스에 있는 그림젤댐
▲이곳 구름들은 산하고 친한가 보다.ㅎ
▲그림젤패스, 푸르카패스(가운데 건물 있는 곳이 분기점)
그림젤패스구간은 헤드스핀은 심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길도 예술이다.
▲간혹 공사중인 곳이 있는데 수신호하는 사람 대신 신호등을 설치해 놓았다.
▲론(Rhone)빙하를 보기 위해서는 이곳에 주차하고
2층선물가계로 들어가 입장권을 구입하면 된다.
▲벨베데르(Belvedere)호텔
▲선물가계안에 있는 표파는 곳.
화장실이 1프랑이라고 써 있어서
빙하를 보고 와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1프랑을 주니 그냥 갔다 오라고 한다.
빙하를 보는 사람에게는 무료인지, 특별한 날이여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들! 너...욕한거 아니쥐...ㅎ
이 가족사진은 그린델발트 캠핑장에서 만났던 서울에서 여행온 가족이 찍어준 것이다.
그 가족은 우리와 반대방향(오스트리아-스위스-프랑스)으로 여행중이었는데 다음날 어디로 갈거냐고 해서
그림젤, 푸르카패스 넘어 가면서 론빙하를 보고 갈 것이라고 했더니
그런 곳이 있냐며 자신들도 시간되면 가봐야 겠다고 하더니 우리 보다 먼저 이곳에 왔었나 보다.
우리는 들어 가는데 이미 관람을 끝내고 나오던 그분들이 찍어준 것이다.
유럽에서 만나 이야기를 해본 두번째 가족이었다.
▲론(Rhone) 빙하
론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은 해발 2,300m정도라고 한다.
북유럽도 아닌 유럽의 한가운데 있는 이정도 높이의 산에서 빙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빙하도 19세기 이래로 1,300m나 사라졌다고 하니, 머지 않아 빙하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오른쪽에 하얗게 보이는 곳이 빙하속 동굴을 파놓은 곳인데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부직포같은 천으로 덮어 놓았다.
빙하의 표면은 먼지가 쌓이고 부직포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 조금 흉물스럽게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 가면 오묘한 빙하의 빚깔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 낸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본 알레취빙하를 뚫어 만든 얼음동굴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다만, 빙하 내부에 생채기를 내가면서 까지 상품화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자원을 얻기 위해서, 더 멋진 광경을 보기 위한 인간의 욕구는 절제가 불가능할까?
어느 선에서 그쳐야 가장 합리적이고, 인간과 자연이 가장 오랫 동안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또다시 갖게 한다.
요즘 빙하의 지속적인 감소가 지구온난화의 상징처럼 회자 되는데 이렇게 빙하를 인위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에 대한 규제도
탄소배출에 대한 유럽연합의 규제 의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푸르카패스를 넘어 오면서 몇번 오금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가파른 낭떨어지 위에 나있는 길에는, 길가에 장승처럼 듬성듬성 서 있는 작은 돌기둥 몇개만이 나를 지켜줄 뿐,
운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운전실력 밖에 없어 보였다.
마주오는 차량이라도 나타나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길에서 낭떨어지 쪽으로 더 붙어 지나야 하니 더욱 힘들다.
그렇게 쫄면서 운전을 하느라 차창 밖의 풍경은 주마간산 격으로 흟고 지나올 수 밖에 없었다 .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더 천천히 운전하고, 차가 쉴 수 있는 곳에서는
차를 멈추고 경치를 차분히 감상하면서 즐기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점심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오자 몇번이나 차를 세우고 푸르카의 경치를 보면서 라면을 끓여 점심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장소도 마땅치 않은데다 바람도 불고 식구들도 더 내려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바람에
한참을 내려와 널따란 이곳 주차창에서 점심을 먹는다.
▲데카트롱에서 구입한 테이블과 의자는 이때 처음으로 오롯이 제 역할을 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끓여 먹은 라면...
안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시라!!
푸르카패스를 지나 우리는 본격적으로 아펜첼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2시간정도 달렸을까? 네비게이션이 갑자기 심하게 오른쪽으로 꺽어진 산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길이 좁고 오르막 길인데다 앞에 산이 있어서 이대로 가면 산으로 들어 가는 것인데
계속 가야되나 생각이 드는데도 믿을 수 있는 것이 네비게이션 밖에 없으므로 믿고 가보기로 했다.
(이곳을 올라 가다 잠깐 멈칫하는 바람에 시동을 꺼트렸는데
다시 출발하면서 몇번이나 시동을 꺼트리는 등 곤역을 치렀다 )
우려 했던데로 우리는 그렇게 산길로 들어 섰고 산길들길 들락날락 거리며 달려야 했다.
길도 험해서 포장만 되었을 뿐이지 우리로 말하면 거의 임도(林道) 정도 되는 험한 길인데다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길은 더욱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는 차량도 거의 없고 가는 차량도 우리 밖에 없다.
거기다 언제 부턴가 폭우까지 내리고 있어서 죽을 맛이다.
그렇게 2~30분 정도를 달려 어느정도 평길로 들어 섰다.
그런데 비는 그때 까지도 그칠줄을 모르고 세차게 내린다.
이제 네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10km정도 남았다고 알려 주는데
이런 빗속에서 캠핑장에 들어 간들 텐트나 칠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다.
마침내 캠핑장 푯말이 세워진 곳으로 진입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우리를 시험하는지
캠핑장 들어 가는 길이 또 구절양장 산길이다.
7~8분정도 산길을 달리고 들을 가로 질러 가자 캠핑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반갑게도 캠핑장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몰라 보게 가늘어 졌다.
문을 열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내린던 빗줄기가 어느새 가늘어져
캠핑장에 도착하자 거의 그쳐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와서 벌써 몇번째 겪는 일이지만 이곳 날씨는 참 변덕이 심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변덕이 대체로 고마운 변덕이었다.
▲스위스 아펜첼에 있는 Eischen-Kau 캠핑장
텐트를 치고 한숨 돌리고 나니 이런 풍경이 앞으로 펼쳐져 있다.
캠핑을 하는 이유가 이 그림속에 다 들어 있지 않는가?...
이곳 캠핑장도 조금씩 경사가 져 있었지만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호텔 바로 앞에
그래도 조금 평평하다 싶은 곳이 있길래 텐트를 쳤는데 바닥 물빠짐은 별로 좋지 않았다.
내일은 에벤알프 하이킹이 있는데 날씨가 좋았으면...